지난해 10월에 시작된 가자전쟁은 중동의 풍경은 물론 세계 지도마저 바꾸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그 지역의 국경선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매스컴에는 그 전쟁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지역과 하마스를 지지하는 지역을 색깔로 표시하는 세계지도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그런 지도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그 색깔과 함께 변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인류에게 비친 유대인의 인상이다. 그것이 날로 험상궂게 바뀌고 있다.그래서 되돌아보면 인류에게 비친 유대인들의 모습은 명(明)과 암(暗) 그리고 선(善)과 악(惡)의
열대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에 열기를 빼앗긴 듯 초겨울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열기는 급속히 식어가는 느낌이다.지난 두 해 동안 세계의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우크라이나 전쟁 기사는 이제 식은 밥처럼 드문드문 한구석에 놓인 모습이다.그런 경우 곧잘 등장하는 말이 있다. ‘잊혀진 전쟁’-.!역사에서는 수많은 잊혀 진 전쟁들이 있으나 지난 반세기 남짓 동안 그 말의 대표적인 주인공은 한국전쟁이었다.그것은 한국전쟁이 치열하지 않아 시시한 전쟁이었다는 말은 아니다.다만 그 기간이 3년 남짓이어서 약 20년의
최근 들어 유라시아가 거듭나고 있다.유라시아가 ‘하나의 대륙’이라는 위상을 찾아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지구상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인 유라시아는 너무 크기에 오히려 그 존재가 헷갈려서 실종된 느낌마저 없지 않다.‘유라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지만 한국 외교통상부에는 유라시아 1과(러시아 담당)와 2과(중앙아시아 담당)가 있는 식이다. 많은 기록에서 중앙아시아를 ‘유라시아’라고 표기하기도 한다.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는 소련이 유럽을 병합한 ‘유라시아’와 미국이 영국을 병합한 ‘ 오세아니아’에다 ‘동아시
유난히 무더운 올 여름 서아프리카의 니제르에서 일어난 쿠데타는 세계를 한층 더 뜨겁게 달궜다.하지만 그것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볼거리이기도 하다.니제르가 대단한 나라여서가 아니다. 아니, 니제르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류에게 가장 보잘 것 없는 나라의 하나였다.국토면적이 126만㎢로 남북한 면적의 6배 가까이 큰 나라지만 그 나라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아니, 니제르라는 나라 이름 자체를 아는 이도 많지 않을 것 같다.이 가난한 나라에서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부러워 할 만 한 것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바그너 용병이 벌인 반란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너무 빨리 잠잠해져 놀라웠다. 반란군이 모스크바로부터 200㎞까지 접근해서 나폴레옹이나 히틀러 군대의 러시아 침략을 떠올리게 했던 사건치고는 너무 쉽게 진정돼서다.그럼에도 21세기에 세계 매스컴을 요란하게 장식한 ‘용병’이란 말의 여운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어렵다. 특히 한국인들의 경우는 그렇다.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러시아는 ‘공산국가’ 같은 존재다. 6.25의 후유증 때문이리라. 그래서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이를 냉전시대의 연장선상에
수단 군벌들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이제 내전으로 치닫는 그 사태가 싸움구경을 즐기는 호사가들에게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젖히고 올해의 볼거리로 자리 잡으려 한다.전화를 피해 수단을 빠져나오려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2차 대전의 서막을 장식했던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떠오르게도 했다.그러나 올해 ‘아프리카 전쟁’은 수단 내전보다 훨씬 먼저 시작된 셈이다.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세계의 강대국들이 아프리카에서 전에 보기 힘든 유형의 싸움을 벌였던 것이다.그 싸움은 ‘미소(smile)전쟁’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붙일 만하다.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강대국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 세계 역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그 전쟁의 승부는커녕 언제 쯤 끝날 것인지도 안개 속이어서 지구촌이 어둠속을 헤매고만 있는 것 같다.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역사는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심한 홍수가 강산을 휩쓸고 가면 그 뒤바뀐 지형 속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동과 서가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다보니 거기서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거기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연에 가려진 역사의 현장을 살펴본다.(1) 21 세기 판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 ]지난달 30일의 브라질 대선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 열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 셈이었다.하지만 그 선거결과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에게 남미 좌파의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승리한 것은 국토 면적 세계 5위, 인구 세계 7위, 경제규모 세계 12위 국가인 브라질에 좌파정권이 들어서게 된 것 이상의 파장이 예상된다.그것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굵직한 나라들이 모두 좌경화한 셈이 됐다.그 비슷한 ‘핑크 타이드’가 전에도 없지는 않았다.1990년대에 베네수엘라와 도미니카공화국 등을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보는 눈에 따라 여러 가지 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필자의 경우는 ’윤석열의 15시간‘에 시선이 끌리다보니 8년 전의 ‘박근혜의 7시간’이 떠올랐다.박근혜의 7시간이란 잘 알려져 있듯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가 7시간 동안 의문의 실종상태 같은 모습을 보여준 사건이다.‘윤석열의 15시간‘이란 그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비속어로 막말을 한 것으로 보도된 지 15시간이 지나서야 김은혜 홍보수석이 그 말의 ‘바이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양 평]국민의힘 내분은 보기에 따라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언론은 물가고와 국제사태가 험난한 상황에서 집권당이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다고 비난하만 우리 역사에서 언제 평화로운 시대가 있었으며 정파 싸움이 없었던 때가 있었던가?우리는 6.25로 쫓겨 간 피난 수도 부산에서도 정치파동을 겪어야 했다.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초토화된 상황에서도 당파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이순신과 원균의 다툼에도 그 당파싸움이 작용해 나라가 뒤집힐 뻔도 했다.그런 바탕에서 정치싸움을 살펴보면 유익한 데가 없지 않다. 그것은 ‘세비’라는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양 평] 전 세계 매스컴이 온통 우크라이나 사태로 도배돼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근 전 대위가 의용군으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입국한 것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그가 전사했다는 가짜뉴스가 나돌아서 다들 놀라는가 하면 그가 여행금지 지역인 우크라이나에 무단입국 한 것으로 외교부가 그를 경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한국 매스컴들의 그런 열기를 보면 갑자기 시간이 냉전시대로 돌아가 러시아가 ‘소련’이 된 느낌이다.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냉전시절 세계 곳곳에서 혁명을 부추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양 평] 8일로 16년의 독일 총리 생활을 마감하는 앙겔라 메르켈에게서는 두 가지 모습이 겹친다. 그 하나는 동네 구멍가게의 마음씨 좋은 주인 할머니처럼 수수한 얼굴이고 다른 한 모습은 유럽 최강국가로 부상해 ‘제4제국’이라는 경탄과 경계의 대상이 된 독일의 여황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새삼 독일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여성 지도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여왕은 그만두고 여성 총리도 메르켈이 최초였다.영국이 16세기에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치하에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여 대영제국의 출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 21세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된 느낌이다. 뉴 밀레니엄의 축제 분위기가 채 가시지도 않았던 2001년 9월11일의 테러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아프간을 침공한 것으로 세기가 시작됐다. 그 20년 전쟁은 끝났으나 아프간에서 시작된 ‘새 역사’는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그 새 역사란 ‘적’과 ‘우방’이라는 너무 쉬운 말의 뜻을 새삼 다시 살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는 것이다.미국의 아프간 철수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적과 우방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던 점이다. 그 모습은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아프가니스탄이 광속으로 급변하고 있다.워싱턴포스트는 11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명이 길면 3개월, 짧으면 한 달 안에 끝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그 한 달이라는 예칙은 초고속 비행기 정도의 속도로 예상한 것이나 광속으로 변하는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는 불과 4일 뒤인 15일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수장국(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이라는 나라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그것은 반세기 전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군하자 사이공(현 호치민 시)의 ‘남베트남’ 정권이 공산군에게 무너진 기억을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여궁사 안산의 올림픽 3관왕이 놀랍다. 하지만 그의 숏컷을 둘러싼 페미 논쟁은 더 놀랍다.그 논쟁은 보는 사람들의 세대에 따라 시각이 다를 것이다.한국전쟁을 체험했던 세대인 나는 그 논쟁에 접했을 때 느닷없이 70년 전의 6·25시대로 되돌아 간 듯 한 느낌이었다.그 숏컷이 페미 논쟁을 부르고 그것으로 야기된 정치싸움이 한국전쟁 당시의 포성소리를 떠올리게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나는 한국전 막바지인 1953년에 제작된 영화 ‘로마의 휴일’의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의 숏컷 머리를 떠올렸던 것이다.그것은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양 평]지난 7일 새벽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용병으로 보이는 괴한들에게 피살된 사건은 어처구니없다는 표현이 제격이다.대통령이 거처하는 사저나 관저라면 정규군도 공격하기 힘든 판에 30명도 못되는 수의 괴한들이 쳐들어 가 대통령을 살해한 것이 우선 그렇다.보다 놀라운 것은 그 범인들 대부분을 잡았음에도 사건 후 여러 날이 지나도록 사건의 동기와 배후 등이 밝혀지지 않아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는 점이다.그래선지 새삼 그것이 ‘아이티 적인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그 ‘아이티’란 세계 최강의 선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양 평] 30대의 이준석이 마침내 제1야당 대표가 됐다. 그 파장은 이준석 자신도 정확히 윤곽을 그려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내세운 ‘정치인 자격시험’은 뚜렷한 실체로 다가온다.필자의 경우 그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당장 떠오르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사자성어였다. 한국에서 정치인들의 자질이 나름대로 개선된 뒤에, 다시 말해 그런 자격시험이 필요 없어 보이는 시점에 그런 말이 튀어나온 듯해서다. 그것은 그런 말이 전혀 없었던 지난날 정치인들의 자질이 너무 미약했다는 말이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양 평]중국이 지난 31일 한 부부 당 3자녀 출산까지 허용해 가혹한 산아제한을 사실상 폐지하다시피 한 것은 오래 전부터 예상돼온 일이다.출산율이 줄어든 데다 노령화는 심해 ‘노대국’이 돼가고 있는 데다 세계최고 인구대국이라는 지위도 흔들리고 있어서다.그 문제를 중국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중국은 현재 ‘인구 문제의 3차 대전’에 직면해 있고 그 대전은 가장 어려운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1차 대전은 인구를 늘리기 위한 싸움이었다.중국은 삼황오제시대부터 20세기까지 현대적 의미의 ‘인구 문제’, 즉 토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양 평] 지난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요란스러운 낙선을 하더니 올해는 ‘남미의 트럼프’로 통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맞고 있다.지난 15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유력 여론조사 업체 다타폴랴는 보우소나루의 탄핵 여론조사 결과 찬성 49%: 반대 46%라고 발표했다.2019년 초에 집권한 보우소나루가 다타폴랴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의견이 우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그 소식에 접한 세계인들의 첫마디는 짐작할 만하다. “드디어-!”트럼프가 한참 대통령으로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양 평] 한동안 뜸하다 싶었던 미국 흑인들의 아시아인에 대한 폭력이 재연됐다.지난 30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가던 30대의 아시아인을 시드니 해먼드라는 흑인(26)이 마구 폭행했다.브루스라는 이름의 이 아시아인이 쓰러지자 해먼드는 13대나 더 때렸고 그 바람에 한 살 먹은 아기를 태운 유모차가 주인을 잃은 채 굴러가자 폭행당하던 브루스가 쫓아가 붙들었다. 물론 브루스와 해먼드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지난 2일 뉴욕에서는 대만 여성 테레사(31)가 흑인 여성에게 망치로 얻어맞았다.친구와 웨스트